우리 누나는 어렸을 때부터 좀비물을 좋아했다. 좀비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하루에 한번 씩 좀비영화를 보다가, 외국의 3류 좀비영화를 모두 섭렵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좀비와 관련된 게임이 많이 나왔다. 그 중 하나의 게임을 하는데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는 모르겠다.
좀비 게임에 현질
우리누나는 항상 말버릇처럼 "게임에 돈쓰는 사람들 이해가 안돼"라는 말을 했었다. 물론 그때는 누나는 게임의 'ㄱ'자도 모르는 게임 혐오자였다. 어쩌다가 지금의 게임을 시작한지 모르겠지만, 매주 33,000원을 현질하고 있다. 한달이면 무려 10만원이 넘어가는 금액이다.
심지어 24시간 중 18시간을 이 게임을 하고 있다. 중요한건 모바일 게임이라는 거다. 눈뜨자마자 침대에 붙어있어서 그 게임만 하루종일 하고 있다. 나갈 때에도 인사는 안하고, 게임을 켜면서 출근한다. 일할 때에도 몰래 그 게임을 하고 있다. 돌아와서는 밥먹을 때에도 그 게임을 하고 있다.
그 게임은 연맹이라는 것이 있다. 다같에 세력을 만들고, 다른 세력과 경쟁을 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연맹들로부터 공격 받는 걸로 스트레스 받아하더니, 이제는 같은 연맹안에서 세력 다툼을 하나보다. 실세가 누구인지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그 세력들과 말다툼을 한 후 매우 불쾌해하며, 그간 본인이 당한 대우에 대해 1시간 동안 떠들고 있다. 공감해주길 바라면서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 게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공갑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그러네, 짜증나겠네, 힘들겠네"를 반복하면서 공감해주는 척을 했다.
화가 덜 풀렸는지,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나에게 했던 1시간을 되풀이했다. 닥터스트레인지가 와서 도루마무를 해도 절레절레할 스킬이었다. 내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주 포인트는 '누나가 연맹에 탈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이다. 누나의 성격상 한번 정도 더 기회를 보다가, 기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연맹을 탈퇴하고 다른 연맹에 가입할 것이다.
그리고 수시로 그 연맹을 염탐하면서, 항상 그 연맹을 공격 할 기회를 볼 것이다. 그 날은 아직 멀어 보이긴 하지만, 분명한 건 언급한대로 수순이 흘러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 연맹을 정복할 때까지 게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정복을 한 후에 그 게임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말한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일을 증거로 남겨두고, 위에 언급한 대로 흘러가면 이 글을 보여주면서 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