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는 남자친구에게 화를 잘낸다.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제일 잘 받아주니까 그런 것 같다. 내 여자친구가 만약에 저랬으면, 진작에 헤어졌을 거 같은데, 누나의 남자친구는 너무나도 성격이 좋다. 저런 성격을 받아 줄 수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누나는 싸우고 나면, 나에게도 성격이 난폭해진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누나가 싸웠을 때
제목이 '누나가 싸웠을 때 대처방법'이지만, 실상 낱낱이 살펴보면, 누나가 기분이 나빠져서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하는 경우이다. 이때 남자친구가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경우, 사태는 금방 진정이 되지만, 어떻게 매번 받아줄 수 있겠는가? 만약에라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거나, 반박을 하는 경우 우리 집에서 큰소리가 시작된다. 물론 싸우는 건 전화를 통해서 하지만, 누나의 목소리 데시벨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집은 시끄러워진다.
이런 상황은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상관없다. 거실에서 TV를 보더라도 큰소리가 나며,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을 해도 큰소리가 나며, 공부를 하고 있어도 큰소리가 난다. 이때 나가서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면, 그 불똥은 나에게 튀어서 나도 잔소리를 듣게 된다. 큰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강도가 침입한 집이라 생각하며,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
소리가 잠잠해질 무렵, 물을 마시러 나가는 척을 하며, 누나의 동향을 살펴본다. 만약,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화가 어느정도 풀린 것이다. 그럼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한마디를 툭 던져본다. "잘 풀렸어?" 이 질문으로 누나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저음으로 대답하면 그 즉시 누나의 방을 떠나야 한다. 약간 소리지르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면, 그래도 화가 많이 풀린 상태이다. 이때에는 농담을 조금 섞으면서 대화를 해도 된다.
화가 많이 풀리고 나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다. 바로, 왜 싸웠는지에 대해 들어줘야 한다. 사실 나는 관심이 전혀 없지만, 내가 집에서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이 한시간을 견뎌야 한다. 되도록이면 누나의 의견에 동의를 해주되, 어느 정도 객관적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갈등이 적을 만한 부분에서 "누나도 그래도 잘못했네"라는 말을 섞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을 겪고나면, 누나는 잠을 자러 간다.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잠을 자고 일어나면, 신기하게도 화가 다 풀려있다. 가끔은 아메바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하지만,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외계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누나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중에 나와 결혼할 아메바이자 외계인인 종족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 말이다.